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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다"를 "다르다"와 헷갈리는 까닭



 "틀리다"를 "다르다"와 헷갈리는 것은 아주 끔찍한 언어습관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불관용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 누리에 똘레랑스가 부족하면 삶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인은 "틀리다"를 "다르다"와 헷갈릴까? 단순히 사회심리가 불관용으로 얼룩져 있기 때문일까?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일본어에 이런 말이 있다.

 

ちがう


 이 말에는 이런 뜻이 있다.

① 틀리다

② 다르다


 어째서 일본어는 "틀리다"와 "다르다"가 같은 말일까? 말은 생각을 裁(마르)는 틀이다. 그렇다면 일본 민족은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불관용을 지닌 걸까? 왜 이 두 가지 뜻이 같은 말일까? 왠지 역사적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이런 배타성과 불관용을 보인 전례가 있었던가? 그런 것 같기도 한데…

 만약에 한국어에서 "틀리다"와 "다르다"를 헷갈리는 게 일본어의 영향 때문이라면 우리말에서 외국어가 아직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외래어가 많이 쓰이는 것 만이 아니다. 文法(말골)에서부터 말을 쓰는 생각까지 다 영향을 받는다. 아직도 일본어의 영향을 받아서 말을 잘못 쓴다면 이것은 우리가 생각 할 때 일본의 사고방식대로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사고방식은 지극히 좋지 않다.

 사전에서 이걸 본 뒤로 이 두 낱말을 헷갈릴까봐 더욱 예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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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매드캣 2012/02/20 11:04 # 답글

    틀리다는 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고 다르다는 비교에 관련된 것이겠지요. 이것을 혼동하는 사람들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일본어는 틀리다와 다르다를 같은 단어로 사용하지만 문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치가우라는 단어는 아니야 라는 강한 부정의 의미로도 사용되어지지요.) 단지 한국어가 표현에 있어 좀 더 다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인들 자체도 단어의 사용 문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며 자신의 감정또한 틀려집니다. 뭐 덕분에 외국인들이 더 오해받기 쉽긴 하지만요.
  • 파랑나리 2012/02/23 01:00 #

    답변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이 문제는 좀 더 깊이 파헤져봐야 겠습니다.
  • 2012/02/20 13:07 # 삭제 답글

    [이것은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불관용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라고 하셨지만 헷갈려서 오용하는 것과 불관용은 전혀 다른 겁니다.

    헷갈리는 것을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ちがう는 한문과 병행해서 표기할 때 違う라고 씁니다. 저 자체는 기본적으로 중국 한자를 이용한 말이고, 원 뜻에서 맞추다보니 저런 일이 생겨납니다. 한자 違는 '어긋남' 을 뜻하는 한자로 그 자체가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를 갖습니다. '정답' 에서 어긋난다면 '틀린 것' 이 되고, A라는 물건이나 상황과 어긋나게 된다면 그것은 A가 아닌, '다른 것' 이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일은 서구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MD40000에서도 지겹게 우려먹는 deliver로 예를 들자면, 이놈은 어근의미가 '무언가를 내어주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물건을 내어준다' 라는 의미의 '배달하다' 라는 뜻, '누군가에게 내 말을 내어주다' 라는 의미의 '발표하다' 라는 뜻, '생명을 밖으로 내어주다' 라는 의미의 '출산하다' 라는 뜻 등등이 있죠.

    틀리다와 다르다를 헷갈리는 건 사회심리 문제가 아닌, 그냥 국어교육이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저건 몇십년전에도 틀리게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 파랑나리 2012/02/23 01:01 #

    국어교육을 하찮게 여기는 풍조는 정말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답변 고맙습니다.
  • 라이라니 2012/02/20 13:14 # 삭제 답글

    언어의 의미가 본질적으로 정해진 어떤 것이 아니라 '사용'에 있는 것이라면, 그 사용의 맥락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단지 사전적으로 고정된 의미만을 적용해 '어떤 사고'에 입각한 표현이라고 (의도하지 않았으면 심층적 관점의 표현이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언어생활에서 '틀리다'와 '다르다'는 그렇게 명백하게 구분지어져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영어의 'wrong'과 'different'사이의 관계와는 달리 명백한 차이가 없어요.

    예를 들자면

    "오리와 닭은 달라" (A문장)
    "오리와 닭은 틀려" (B문장)

    A문장에 비해 B문장에서 어떤 배타성이나 불관용을 담고 있다고 보이시나요? 아니지요. 그리고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 두문장을 아주 당연하게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지요.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어느 한 단어의 특정한 방식의 사용을 가지고 한 사회의 특정한 속성을 논한다는 건 사실 무리인데다가, 사용의 맥락을 무시한 채 의미를 단일하게 규정짓고 이로서 특정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사실 옳지 못한 태도인것 같습니다. 물론 불관용이나 배타성을 논하지 않은 채, 문법에 맞지않는 사용이다 라고 말하는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말이지요.
  • 슈슈★ 2012/02/20 19:35 # 답글

    위의 두 분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도 예전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두 단어는 어원상으로나 의미상으로나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착각할 만 하다는 거지요.
    그리고 글쓴님이 제기하시는 <한국어에서 사람들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하거나 착각하는 이유가 일본어의 잔재이고, 이를 통해 볼 때 일본의 민족성이 관용에 배타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할 지도 모른다)>는 억측인 것 같습니다.
  • 파랑나리 2012/02/23 01:03 #

    어원과 뜻이 뿌리가 같다는 데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슈슈★ 2012/02/20 20:21 # 답글

    저도 예전에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어서, 트랙백 해 가요~ㅎㅎ
  • 파랑나리 2012/02/23 01:03 #

    트랙백 해 주어서 고마워요. 슈슈★은 혹시 언어학이나 국어학을 전공하셨습니까?
  • 세계의 만화 2012/02/20 22:31 # 답글

    현대중국어에서도 어긋날 차(差)가 '틀리다, 옳지 않다'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참고로 국어에도 착오(錯誤)와 유사어로 차오(差誤)가 있지요) 제가 생각하기엔 동아시아 언어권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다르다와 틀리다의 의미적 혼동 외에도 '어긋나다'라는 단어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긋나다 역시 다르다와 틀리다 양쪽의 함의를 표현가능하지요.
  • 파랑나리 2012/02/23 01:02 #

    답변을 듣고 보니 이 문제는 더 확인해봐야 겠습니다. 언젠가 일본어 사전을 보고 이게 아닐까 싶은 데 다시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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